적막/송재학 빙하가 있는 산의 밤하늘에서 백 만 개의 눈동자를 헤아렸다 나를 가만히 지켜보는 별과 나를 쏘아 보는 별똥별들을 눈부릅뜨고 바라 보았으나 별의 높이에서 나도 예민한 눈빛의 별이다 별과 별이 부딪치는 찰랑거리는 패물소리는 백만 년 만에 내 귀에 닿았다 별의 발자국 소리가 새겨졌다 그게 적막이라는 두근거림이다 별은 별을 이해하니까 나를 비롯한 모든 별은 서로 식구들이다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밤 늦게 도착한 읍내, 이정표가 도착하지 않았기에 나와 함께 방황하는 소읍 이다. 밤 안개의 혀를 가진 골목이 있다면 침묵에도 안개의 긴 혀가 있다. 고양이 가 할퀴고 간 골목에는 전봇대 그림자 무성하다. 완강한 콘크리트 전봇대, 꿈틀 거리고 짓 물린 물질 깊이 박혀 있다. 전봇대는 짐짓 부드럽게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