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을 맞으며
설이나 추석, 보름 같은 우리의 명절문화를 보면
심리학자 Carl. Jung의 '집단 무의식'이 연상됩니다.
인간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공통경험을 통해 형성된 방식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인데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성이 대를 이어 전해내려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설날을 없애고 신정(1월 1일)을 쇠게 하려고
그토록 발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설은 살아 남았습니다.
물론 농업 위주의 일상이어서 음력이 더 생활화하였고 동족촌이 대부분이다보니
보통 설을 지나고 정월 대보름까지 명절기분이 나면서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였지요.
특히 집안에 나이드신 어른이라도 계시면, 친척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온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세배겸
안부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인간의 정이 배어나는 명절이었습니다만
여성들은 술상이나 다과상 차려내느라 고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겠지만요.
최근 큰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사촌들이 모였는데 직계 사촌들 얼굴은 알아봤지만
그 다음 세대들은 전혀 타인과 마찬가지로 낯설었습니다.
어릴 때 한 두번 본 적이 있고, 결혼식에서 봤겠지만 밖에서 만나면 모르는 사람들
특히 6촌이 넘어가는 세대들끼리는 ...그냥 남이나 마찬가지라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달라진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따라 사람사이의 관계가 달라졌음에도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절은 이어져 내려온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맞게 달라진 형태일지언정
가족끼리 여행을 가서 낯선 과일을 올려놓고 차례를 지내고
가족끼리 만나보기 위해 열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면서 왕래를 하고...
집단 사이에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무의식의 DNA라 물러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AI에 이어 구제역까지...새해 해맞이 행사, 지방 축제를 자제하는 분위기라
한해 농사 시작 시기, 논두렁을 태워 병충해를 예방하는 달맞이 행사 역시 예년과 달리 많이 축소되리라 생각합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진동에서 달맞이 행사를 제법 크게 하던데
올해는 소박하게 떠오르는 달이나 한번 올려다봐야겠습니다.
올해 사진 아닌 이전의 묵은 사진들 꺼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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