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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전시작품 (2)

생게사부르 2016. 10. 2. 21:04

오방색 전시작품 (2)

 

 

 

 

 

1. 오방색 5가지 의미

오방색(五方色)은 기원전 1세기 경 전한(前漢)시대 성립된 음양오행 사상에서 출발하였으며,

음양오행 사상은 고대 동양의 우주 질서와 인간에 대한 인식을 정립한 일종의 철학이고 학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 즉 우주 만물과 자연의 현상은 음양과 오행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음과 양에 의해 생겨나고 소멸한다는 것이지요. 음지와 양지, 밤과 낮, 땅과 하늘, 여자와 남자,

차가움과 따듯함 등 대립된 상태들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는 우주관입니다.

또한 하늘의 별을 볼 때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항성(恒星)보다 일정한 괘도 없이 떠도는 별인 행성(行星)의 신비로움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관여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해와 달의 음양과 5개의 행성, 즉 목성·화성·수성·토성·금성·수성을 우주관의 기본으로 삼았으며

지구의 구성요소인 나무(木)·불(火)·물(水)·흙(土)·쇠(金)의 5원소의 상호 작용에 따라 자연과 인간을 설명합니다. 

전통적인 색채의식인 오방색은 음양오행 사상에 따른 방위와 상징을 나타냅니다.

동방(東方)은 태양이 솟는 곳으로 나무(木)가 많아 항상 푸르기 때문에 청색을 의미하고 봄을 의미하며

탄생하는 곳으로 양기가 강합니다
서방(西方)은 쇠(金)가 많다고 생각하고 쇠의 색깔을 희게 보아 백색으로 표현하였고, 가을을 의미하며

해가 지는 곳으로 음기가 강하며
남방(南方)은 언제나 해가 강렬해 적색이고 만물이 무성하여 양기가 왕성한 곳으로 여름을 의미합니다.
북방(北方)은 깊은 골이 있어 물(水)이 있다고 여겨 이를 검게 보아 흑색으로 표현하였고 겨울을 의미하며
중앙(中央)은 땅의 중심으로 해와 가장 가까운 곳이라 여겨 광명을 상징하는 황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음양오행의 상징적 원리는 색깔뿐만이 아니라 신체와 감정, 계절, 맛, 소리에도 적용했는데
그 원리에 의해 한의학의 기본이 마련되었고, 음악의 체계가 수립되었고, 한글의 창제가 가능했으며

한양의 도시설계나 건축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신분의 높낮이를 오방색 옷으로 적용해왔는데 우주의 중심을 상징하는 황색은 황제의 색입니다.

조선의 국왕들은 고구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황색 곤룡포를 입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약간씩 다른 면모를 보이긴 하지만,
관직에서도 품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여 위계질서를 잡고자 했는데 조선에서는 당상관인 정1품에서 3품까지는 적색을,

당하관은 청색을, 품계가 낮은 7품에서 9품은 녹색 관복을 입었습니다.

여성의 예복인 원삼은 황후가 황원삼을, 왕비는 홍원삼을, 비빈은 적원삼을 입었고,
공주나 사대부 집안 부인들은 녹색원삼으로 신분을 과시했지요.
민간의 평상복으로 이러한 색깔의 옷을 금지한 사연은 염색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경제성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근대이전 까지는 국가의 통치에 있어 무엇보다 색깔로써 신분질서를 정립할 필요성이 우선했던 셈입니다. 
평민은 단지 혼례 때만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옷을 허용했습니다

 

 

 

 

 

 

 

생활과 문화 속으로 뿌리내린 오방색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러 영역에 관여해 있는셈인데
왕궁의 조성이나 일반 건축 그리고 식생활과 의복에까지 우리의 생활 문화 전반에 넓게 퍼져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지 21일 되는 삼칠일이나 백일에는 백설기를 먹는데 백색을 신성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적색은 벽사의 의미로 활용되었는데 인간을 해코지하는 귀신은 언제나 음기가 서린 곳을 좋아 했기에

양의 색깔인 적색은 액을 면하게 해준다고 여겼습니다.

동짓날 악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집안 여기저기에 팥죽을 뿌리는 것이 그 한 예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집에서 두르는 금줄과 간장항아리에 담구는 고추 또한 적색이 가진 주술의 위력을 보여주며

혼례식에서 신부의 얼굴에 연지 곤지를 바르는 것도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함이었지요.
상가(喪家)에서 전문적으로 울음을 파는 곡비(哭婢)는 반드시 손톱을 빨갛게 물들였고,
여름날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풍습도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적색으로 그린 부적은 주사(朱砂)에 황성분이 있어 살균이나 해독작용을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것도 이러한 색채의 벽사 기능이 이어져온 풍습이지요.

청화백자나 청백리(淸白吏)에서 보듯이 청색과 백색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의식 또한 오방색이 갖는 의미와

상징에 연유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옛 사람들은 우주를 관장하는 제왕 밑에 각 방위를 수호하는 신령스러운 동물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고구려 석실 무덤의 동방에는 청룡, 서방에는 백호, 남방에는 주작, 북방에는 현무의 사신도나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좌청룡·우백호 또한 오방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지요.

궁궐이나 사찰, 사당 건물의 단청 또한 오방색을 기본으로 삼는데 단청은 건축물의 주재료인 나무를 보호하는

물리적인 목적과 건축물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정신적인 목적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오방색의 5가지 색깔은 전통적으로 자연에서 빌려오는데 식물이나 동물, 광물로 만들어 썼습니다.

동쪽에 해당하는 청색은 석청(石靑)나 군청(群靑)과 같은 광물질이나 쪽풀(藍)에서 얻고,
서쪽에 해당하는 백색은 고령토나 백악과 같은 흙성분의 광물질이나 조개껍질로 만들었습니다. 동양화에서 사용하는 백색은

대부분 합분(蛤粉)인데 이것은 무명조개나 굴 수컷 껍질을 약한 불에 구운 후 미세하게 갈아서 만든 것입니다.
중앙에 해당하는 황색의 광물성 안료로 대표적인 것이 석황(石黃)이며 식물성으로는 해등나무 껍질에 구멍을 내어

흘러내린 즙을 굳힌 등황(藤黃)과 방충성이 있어 책표지에도 사용한 황벽(黃蘗)이 있고

선명한 색을 내는 치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남쪽에 해당하는 적색은 광물질인 주사(朱砂)가 대표적인데 그림은 물론 칠기나 부적, 도장을 찍는 인주, 약재 등에 사용했고

홍화나 풀의 일종인 꼭두서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북쪽에 해당하는 흑색은 주로 소나무 그을음에 아교를 섞어 만든 먹이 대표 격이며 광물질로 흑석지가 있고

약용식물인 통초(通草)를 태워 만든 통초회도 사용됐습니다.

 

 

 

 

 

동북아시아에 속하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는 문화가 비슷하면서 또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색채의식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나라마다 색채관이 변하기 마련이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음양오행과 오방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명하게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셈입니다.
건축과 의복 등 생활색채의 활용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황실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황색 대신

적색을 선택했는데 적색은 황색 다음으로 고귀한 색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에서 비롯된 자기중심적 색채관은 자연스럽게 강렬한 적색에 집중하게 되었고,

중국에서 적색은 즐거움이고 명절의 색이며 행운과 돈을 부르는 색으로 사랑받습니다.
한편, 백색은 애도의 색이며 흑색은 상처의 색이자 악의 상징색입니다.
중국은 오방색의 종주국이지만 격동의 근세와 사회주의 정치체제에서 전통의식이 상당부분 사라져 버렸습니다.

일본에서 오방색의 의미는 더욱 희박한데 섬나라가 갖는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타 문화를 흡수하되 변형시키는

특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스모 씨름판 네 귀퉁이에 늘어뜨리는 색실타래 청방(靑方)·백방(白方)·적방(赤方)·흑방(黑方)은

오방색의 전통이 남아있는 사례이며 일본의 색채는 대체로 화려합니다.

그러나 장식품이나 상품에서와는 달리 거리나 사찰에서 보는 색은 우리보다 훨씬 단조롭고 무채색에 가깝습니다.
이는 스스로를 낮추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집단 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강한 일본인들의 가치관이 색채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색채의 조화보다 오방색과 같이 색이 가진 고유의 상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태극문양에서 보듯 음양의 대비와 남녀, 임금과 신하, 스승과 제자 등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유교 전통이

오방색의 상징적 의미와 결합한 것이지요.

유교사상은 한때 우리역사에서 국가통치의 중심에 있던 가치였지만 이미 무너진 지나간 시절의 질서이긴 합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현대에서 되살려야 할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통 색채 역시 명절이나 절기 같은 특별한 날에 한번씩 되새겨지곤 있지만 

여전히 건축이나 패션, 벽지, 포장지 등 일상생활에서 현대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합리적이다, 미신이나 주술이다 하기 전에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오방색의 전통을 제대로 알면

우리 선조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보다 더 잘 이해 할 것이며

색채에 대한 인식이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위 정보 대부분은 2011년 문화재청에서 발행된 ‘ 문화재 사랑’ 에 실린 경복대학교 디자인학부 성기혁 교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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