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구름의 여름 방학
모였다간 흩어지고
흩어졌다간 모이는
여름 하늘에 구름들을 보아라.
늘 새로운 모양짓지 않던가.
바다에 가서는
아득히 해안선(海岸線)에서
예쁜 아이의 아양 섞어 돌아간
입모습을 느끼고,
산에 가서는
밀짚 모자 둘레에
매미 울음이
햇볕과 함께 밝게 쏟아지는
그것을 느끼고,
요컨대 그러한 새로운 것들
많이들 느끼고,
그런 다음에 너희는 다시는 모여 보아라.
그것은 구름의 형상(形象),
구름을 수증기(水蒸氣) 라고만 하겠는가,
그것은 잘 닦은 영혼의 얼굴들이
하늘에 떠서 동무되어 노는 것이다.
섬을 보는 자리
그의 형제와 그의 사촌들을 더불고 있듯이
바람받이 잘하고
햇살받이 잘하며
어린 섬들이 의좋게 논다.
어떤 때는
구슬을 줍듯이 머리를 수그리고
어떤 때는
고개 재껴 티없이 웃는다.
그중의 어떤 누이는
치맛살 펴어 춤추기도 하고
그중의 어떤 동생은
뜀박질로 다가오기도 한다.
바라건대 하느님이여
우리들의 나날은
늘 이와 같은
공일날로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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