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장석남 얼룩에 대하여

생게사부르 2018. 9. 13. 07:38

장석남


얼룩에 대하여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