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강미정 가만히 휘어지는

생게사부르 2018. 6. 17. 07:27

강미정


가만히 휘어지는


잿빛 허공을 밀치고
등나무 넌출이 불 켜진 가로등을 가만히 감는다

죽을 고비를 아홉 번이나 넘겼다는 여자는
감사합니다 말하며 가만히 웃는다

가만히,
비 그치고 해 졌는데
엄마, 어젯밤에 너무 아팠지? 이 말쪽으로
내 마음이 휙 휜다

오래도록 가만히 감아왔던 것
내 마음이 길게 고개를 젖히며 보았던 것

휘어지는 것은 내가 끌려들었던 것,

마음이 휘어졌던 것만 가슴에 가만히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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