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건축, 미술,박물관

앤디워홀 전시관람기 (2)

생게사부르 2013. 10. 29. 23:36

 

딸과 함께 ‘앤디워홀 전’ 누비기(2)

 

 

3. 순간 보여 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니다, 어쩌면 전부이다. 

 

 ‘코를 파고 있는 소년 상반신’ 드로잉 작품에서부터 “ 나의 자화상, 영원한 아름다움과 일시적 아름다움”이라는

 테마로 전통적인 초상화와는 거리가 먼 다면적인 자화상이 전시되어 있다.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의 앤디워홀은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헐리우드 스타와 같은 멋진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하는 한편, 선글라스 속에 자신의 내면감추기, 이중삼중의 이미지로 겹치기, 혹은 강렬한 명암의 대비로

자신을 철저히 감추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로 자신을 포장하는 이중적 면모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형 안내 걸그림이나 책표지에 장식된 자화상은 그의 또 다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검은색과 회색의 음울한 색조에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솟고 해골처럼 앙상한 얼굴이 허공에 떠 카메라 렌즈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기이한 자화상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 어떤 것도 앤디워홀의 다양한 정신세계를 한 번에 다보여 줄 수는 없지만 동시에 순간순간이 포착된 앤디워홀의

한 단면들이 평소 자신이 즐겨 한 연작시리즈마냥 펼쳐놓으면 평생을 거치면서 영원의 아름다움을 획득 할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이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르바이트 하던 백화점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에 감동받고

미국 소비사회의 본성을 꿰뚫었다는 그.

카네기 공대를 졸업하고 직업을 구하던 그는 ‘구두’를 그릴 수 있느냐는 요구에 ‘예 ! 무엇이든 그릴 수 있지요.’

하고 답했다고 한다.
딕 트레이시, 뽀빠이, 도널드 덕, 일본어로 된 이유 없는 반항의 광고, 번진 선과 꼴라쥬를 이용한 구두를 디자인 한 후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인 의인화된 구두들,

 ‘성모자상’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같은 기존의 작품들 역시 워홀의 손을 거쳐 원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하면서 ‘세상 모든 사물이 예술임’을 확인케 해 주었다.

‘이쪽이 윗면임’ ‘ 깨질 수 있는 물건이니 조심해서 다루세요’ 등 운송라벨을 가지고 만든 격자무늬의 작품들,

앤디워홀은 그렇게 인기 있는 삽화가, 성공한 광고 디자이너, 상업 미술가로서의 절정기에 순수미술가로 전환을 시도한다.

 “ 타임캡슐, 워홀의 시대를 비추는 거울”편에서는 타임캡슐 50,58, 68, 69시리즈가 전시되었다.

 신디로퍼, 오노요코, 마이클잭슨 의 인터뷰...


‘타임캡슐 50’도 참으로 색다른 작품이었다. 앤디워홀 영화사에서 개봉했던 영화 홍보용 브로슈어였다는데

살짝 벌어진 워홀의 입술 사이로 영화제목이 표기된 활자가 디자인 되어 돌고 있고,

선글라스 한쪽 렌즈위에는 그 이미지들이 끝없이 반복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앤디워홀의 성장기 사진, 기사, 수상이력 관란을 거쳐,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음악 작품 앞에 앉아

전시실을 돌며 힘들었던 다리를 쉬게 했다.

다리는 쉬었겠지만 사면의 벽면에서 돌아가고 있는 영상들의 조합을 보느라 눈은 바빴다.

‘ 여배우 앤디워홀을 쏘다. “그가 내 인생을 컨트롤하고 있다.”

“ 뉴욕 포스터 1987. 2.23일자 “앤디워홀 58세 나이로 숨지다”
“죽음과 재난, 냉정한 관찰자, ” ‘앰뷸란스 사고’는 자유와 여가의 상징인 자동차가 죽음과 파괴의 도구로 변모되는

미국사회의 폭력성과 무너진 꿈을 극단적으로 이미지화 하면서 현대 사회문화의 관음증,

폭력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다시 생각 해 보도록 하고 있다.

재키 연작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쉼 없이 쏟아내는 매스미디어의 이미지 중

행복했던 시절의 재키 모습과 장례식에서의 슬픔에 찬 모습을 반복적으로 형상화 한 작품이다.

앤디워홀은 그 사건 자체가 소비자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무한히 반복된(조장되는) 매스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강박적인 느낌을 갖게 하면서

행복과 불행의 고유한 가치를 잃은 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기의자 연작’ 배경색에 의해 각각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기의자를 사형수가

선택 할 수 있다면 인권이 향상 된 것일까?

 

저렇게 다른 느낌을 내는 전기의자에서 죽음을 맞으면 죽음의 느낌이 다른 감정으로 와 닿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전기의자가 배경색에 의해 어떤 느낌의 효과를 내든지 간에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마감 시키는 것을 그 기능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하지 않는다.

 앤디워홀은 자신이 누렸던 명성만큼 비평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이민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앤드류 워홀라’가 가능성이 많은 미국사회에서

인기 있는 삽화가, 성공한 광고 디자이너로 세간에 이름을 날리며 부와 명성을 거머쥔 것으로

과소평가 할 수 있으며 순수예술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미술작품이 아닌, 상품이다.

" 일상적인 삶의 가벼움이다." 하는 비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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