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미술관 가는 길
"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서민과 같이 생활하며
신처럼 창조한다. "
1994년 학교일과가 끝나기 바쁘게 유치원생 딸을 데리고 부랴부랴 추산언덕에 올랐던 일이 새삼스럽습니다.
그날은 문신 미술관을 개관하는 행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20년 이상 왕성한 활동을 해 오던 화가이자 조각가 문신은 서울이 아닌 마산에, 그것도 어린시절
자신이 뛰어 놀던 추산언덕에 개인적인 미술관을 본인이 직접 건립하였습니다. 14년여에 걸쳐 노력한 끝에 미술관
개관을 하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나 마산시로 보나 뜻 깊은 날이었지요.
추산공원은 합포만, 돝섬이 한 눈에 환히 내려다 보이는 곳입니다.
그날 개관식 특별 공연행사를 촬영하기 위한 차량과 음향과 조명기구들이 즐비했던 기억,
추신공원이 왁자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행사 동영상을 찍고 그랬을 텐데..
방송차량들이 왔으니 뉴스나 기사는 기록으로 남았겠지요.
미술관 개관을 끝낸 이듬 해 문신작가는 돌아 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관식 날 전시된 작품 드로잉, 애용하던 잡지 등 한동안 전시물이 풍성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번째 아이들을 데리고 갔을 때는 작품이 많아 빠져버리고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미술관에 도둑이 들었다는 기사, 부근에 아파트 허가가 나면서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관공서와 공무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마산시와 유가족들 사이에 잡음이 나면서
부인 최성숙(화가)씨가 미술관을 서울로 옮겨 가고 싶어 한다는 등...
풍문으로 들려 오는 얘기들.... 좀 안타깝고 갑갑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여행이 일상화 되지 않았고 아작 우리의 일상이 문화예술을 즐기러 찾아다니던
시기가 아니어서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장소를 물어도 마산 시민들은 잘 모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 부인이 마산시에 기증을 하고 2010년 원형미술관이 추가 건립되면서 2014년 시립 미술관으로
재개관을 하게되었고, 2015년 문신예술 70년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살아생전 작가의 뜻이 마산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여 안타까웠지만 미술관이 지역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이 되기엔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년이 흐르는 동안 마산서 자라나던 아이들이 소풍을 오고, 그림대회에 참석하러 오기도 하면서
서서히 자연스럽게 친숙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체험학습장의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고 이웃한 마산 시립박물관과 함께(전시 내용은 다소 부실하지만)
택시기사 분, 운동하러 오는 분들의 휴식처가 되면서 마산시민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 미술관 전시실 작품 안내는 창원시 공식 블로거 박홍진 기자 포스팅 내용이 충실한 거 같네요)
문신 미술관에서 내려다 본 마산 앞바다, 고층 아파트 ㅠㅠ
산복도로에서 내려오거나 자산 주민센터 쪽에서 올라가는 길
아이들이 어릴 때 문신 미술관에 가면 잘 놀다 왔는데
이제는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틀이 잡혀 관람매너도 지켜야 하고 봉사 도우미들이 구석구석
계셔서 안내도 하지만... 약간 감시(?)도 하기에 저렇게 놀 수는 없겠어요.
막 이발을 해서 삼돌이가 된 아들과 이웃한 딸 친구가 함께 방문 했던 날의 기록입니다.
'조각, 건축, 미술,박물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 2 (0) | 2015.12.21 |
---|---|
다양한 인간군상, (0) | 2015.12.21 |
피에타, 부오나로티 (0) | 2015.12.11 |
천안상록 리조트 조각 (0) | 2015.12.03 |
앤디워홀 전시관람기 (3) (0) | 2013.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