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속의 길/김현숙 불속의 길/김현숙 살붙이였던 헌 옷가지들과 낡은 기억들에 불을 놓는다 허울의 흔적마저 떨쳐 내려는 나를 풀들이 빠안히 쳐다본다 기웃거리며, 삐죽거리며 주저 앉은 시간들이 일순 불꽃으로 황홀하다 마침내는 연기로 날고 싶다 허울도 덜 무거운 것만 날개에 싣고 떠나는 구나 재로 뒤처진 것 흙으로 스며들까 좋아하는 풀이나 나무 가까이로 가서 시로 여는 일상 201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