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추 잣나무 가지에 매미가 벗어 놓은 몸 참 고단 했겠다 몸 속 진을 다 빼서 입었을 몸 참 잘도 빠져나갔다 나도 쏙 이 몸을 벗어 놓고 잣나무 가운데 가지쯤에서 쏙 몸 벗어 놓고 잣나무 가지 끝에서 휙 뛰어 내렸으면 랜드로바 구두 랜드로바 구두 밑창이 갈라져 빗길을 걸으면 양말이 젖는다 그럴 때마다 그 구두를 신은 시간과 구두를 신고 걸은 길과 또 구두를 신고 함께 걸은 사랑하는 이의 상처가 생각나 갑자기 우울 해진다 우울이 구두다 그러니까 나는 우울을 신고는 우울하지 않은 척 다니다가 끝내 내게 들킨거다 구두 밑창을 갈러 가게에 들렀더니 새 구두를 사는 게 낫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는 또 우울을 숨기고 살수 밖에 광택으로 우울을 가리고 살다가 또 양말이 젖고서야 그렇지,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