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트비체의 겨울/ Daisy Kim 우리는 여름으로 가는 방향을 몰라서 버려진 빵조각을 따라 희게 빛나는 계절을 걸었다 눈 앞에 나타난 겨울이 얼어 붙었고 여기가 내 세계라고 착각했다 쌓아온 관계가 부패한 빵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이끼들 나무의 어깨가 흔들리면서 닿았던 손가락들이 툭툭 겨울의 깃털을 건드리면 어느새 날아가고 마는, 그 이름 살갗으로 쏟아지던 폭포에 질문처럼 거듭 매달리며, 미끄러지지 않고 견디는 투신은 없다고 죽은 물의 화법으로 이 름을 새겼다 소나기가 쏟아졌고 버려진 빵조각이 씻기고 언 가슴이 녹는 소리가 호수 위에 내려 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제를 말하면서 에메랄드빛 여름이 궁금하다던 너는 침묵했고 빛나는 이름을 벼랑에 새기고 싶어, 천천히 가는 뒷모습 작아지는 등이 오래도록 젖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