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신다 / 정선희 굽이 없는 구두였다 반으로 접으면 스르륵 접히는 구두였다 그 구두를 신으면 소리없이 걷게 된다 발 없이 빠르게 걷게 된다 햇빛을 보면 반짝이는 구두 얼핏 눈빛을 본 것 같다 주변 색과 잘 맞추는 구두 저절로 풀숲을 향하게 된다 축축한 곳을 찾게된다 혀를 날름거리게 된다 뱀에게 사로 잡힌 발 발을 꽉 물고 있는 뱀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 발 발에 힘을 줄수가 없다 뱀이 가는 대로 따라 가는 발 서서히 독이 번진다는 발 이제 내것이 아닌 발 그 어떤 통증도 없이 마비가 진행되는 발, 나는 잠시 망설인다 뱀에게 발목을 던져주고 다리를 건질까? 벗어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촉, 뱀도 신발도 없는데 이 선뜩한 기운, 정선희: 경남진주 2012. '문학과 의식' 2013.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