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리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슬슬 나가자 울기 좋은 때다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밭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혼자 울기 좋은 때다 위로의 말은 없고 이해만 해 주는 바람의 목소리 고인 눈물 부지런하라고 떠미는 한번의 발걸음 이 바람과 진동으로 나는 울 수 있다 기분과의 타협끝에 오 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좁은 보폭으로 아껴가며 걷는다 세상이 내 기분대로 흘러 간다면 내일쯤 이런 거, 저런 거 모두 데리고 비를 떠밀 것이다 걷다가 밭을 지키는 하얀 흔적과 같은 개에게 엄살만 담긴 지갑을 줘버린다 엄살로 한 끼 정도는 사 먹을 수 있으니까 한 끼쯤 남에게 양보해도 내 허기는 괜찮으니까 집으로 돌아 가는 길 검은 돌들이 듬성한 골목 골목이 기우는 대로 나는 흐른다 골목 끝에 다다르면 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