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來如哀反多羅 1 추억의 생매장이 있었겠구나 저 나무가 저리도 푸르른 것은, 지금 저 나무의 푸른 잎이 게거품처럼 흘러내리는 것은 추억의 아가리도 울컥울컥 게워 올릴 때가 있다는 것! 아, 푸르게 살아 돌아 왔구나, 허옇게 삭은 새끼줄 목에 감고 버팀목에 기대 선 저 나무는 제 뱃속이 온통 콘크리트 굳은 반죽 덩어리라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속삭이다가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 빗방울에 젖은 작은 벚꽃 잎이 그렇게 속삭이다가, 시멘트 보도 블록에 엉겨 붙고 말았다 시멘트 보도블록에 연한 생채기가 났다 그렇게 작은 벚꽃 잎 때문에 시멘트 보도블록이 아플 줄 알게 되었다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 비 그치고 햇빛 날 때까지 작은 벚꽃 잎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운 상처를 알게 된 보도블록에서 낮은 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