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면장갑/ 유홍준 저것을 끼고 나는 운구를 했다 무겁지가 않았다 가볍지가 않았다 아직은 사람인 사람을 들고 갔던 기억 어떤 꽃보다도 희고 어떤 꽃보다도 감촉이 좋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검은 줄이 그려진 완장을 차고, 무표정 한 얼굴로 나는 주검을 옮겼다 주검을 옮긴 면장갑을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하얀 것에 대해서 나는 설명 할 수가 없다 그냥 간직할 뿐이 다 그냥 들여다 볼 뿐이다 진주 시립화장장에서 나도 하얀 것이 될 때까지 * * * 사실 삶과 죽음은 한치 발끝에 달렸기고 하고 손바닥과 손등의 거리이기도 해서 'Well-bing'만큼 ' Well-dying' 도 중요한 삶의 철학입니다 작가들은 현상(현실) 이면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일상적으로 하는 훈련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