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두주/ 유홍준 희뿌연 산 언덕에는 흰 눈이 내리고요 얼어죽을까 봐 얼어죽을까 봐 나무들은 서로를 끌어안고요 동치미 국물 동치미 국물을 마시며 슬픔 이과두주 마시는 밤 또 무슨 헛것을 보았는지 저 새카만 개새끼는 짖고요 저 하얀 들판에는 검은 새들이 내리고요 짬뽕 국물도 없이 시뻘건 후회도 없이 내리는 눈발 사이로 흘러가는 푸른 달 틈으로 적막하고 나하고 마주 앉아 이과두주 마시는 밤 이 조그만 것에 독한 것을 담아 마시는 밤 이 조그만 것에도 독한 것이 담기는 밤 * 이과두주의 원래 뜻은 솥에서 증류를 두번 걸러 낸 술로 우리 한자식으로 읽으면 이과두주랍니다. 아래포장은 서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