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로 가는 問喪 / 유홍준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한 떼의 늙 은이들이 몸을 흔들고 있다 늙음마저도 한때, 제 늙음을 탕 진하기 위하여 지랄, 발광을 해댄다 늙어빠진 것이 무슨 바 다를 뛰어들겠느냐 늙고 병든 것이 무슨 염병할 계단을 올 라가 동백을 보며 한숨을 쉬겠느냐 진작 술이 올라 시뻘게 졌다 단숨에 뚝 떨어져 버리면 그만, 呪文도, 呪術도 없이 금 방 한 무더기 진달래 군단이 되어 어라, 냅다 동백 무찌르러 달려나간다 후문으로 왔다가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불륜같 은 삶, 섬진강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마다 늙은 항문 늙은 후문 뭉텅뭉텅 피동백을 피워놓고 동백 다 봤다 동백 다 피 웠다 제 몸 속의 동백을 다 흘려보낸 늙은이들, 귀청 때리 는 트로트 메들리가 장송곡으로 들려 오는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