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家에 모인 구두들/ 유홍준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 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 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시집 , 실천문학사, 2004. 북천 —까마귀 어제 앉은 데 오늘도 앉아 있다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고 바람이 날아다니고 계속해서 무얼 더 먹을 게 있는지, 새카만 놈이 새카만 놈을 엎치락뒤치락 쫓아내며 쪼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