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시 쓰기/ 안도현 연탄불 갈아 보았는가 겨울 밤 세 시나 네시 무렵에 일어나기는 죽어도 싫고, 그렇다고 안 일어 날 수도 없을 때 때를 놓쳤다가는 라면 하나도 끓여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벌떡 일어나 육십촉 백열전구를 켜고 눈 부비며 드르륵, 부억으로 난 미닫이문을 열어 보았는가 처마 밑으로 흰 눈이 계층상승욕구처럼 쌓이던 밤 나는 그 밤에 대해 지금부터 쓰려고 한다 연탄을 갈아본 사람이 존재의 밑바닥은 안다, 이렇게 썼다가는 지우고 연탄집게 한번 잡아보지 않고 삶을 안다고 하지마라, 이렇게 썼다가는 다시 지우고 볼펜을 놓고 세상을 내다본다, 세상은 폭설 속에서 숨을 헐떡이다가 금방 멈춰 선 증기기관차 같다 희망을 노래하는 일이 왜 이렇게 힘이드는가를 생각하는 동안 내가 사는 아파트 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