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박은형 박꽃 / 박은형 석양에 발이 빠져 통성명만 겨우 하고 다시 저녁을 허문다. 마중과 배웅의 표지판처럼 며칠 째 박꽃, 퍼뜨리고 싶어서 흰, 아무도 현혹할 수 없게 낡아서 흰, 몰래 설화처럼 피었다 져서 흰, 들키라고 아니 들키지 말라고, 아니 될대로 되라고 문틈에 끼워 놓은 쪽지라서 흰, 한 송이로 무성해서 흰, 정말이지 꽉 들어차 자꾸 쏠리는 눈자위라서 흰, 당신에게 꼭 어울려서 흰,흰,흰 당신이라는 단 한번의 양식樣式 시로 여는 일상 20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