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영미 라면으로 첫 끼니를 때운다 바닥엔 파지처럼 굴러다니는 쓰다만 이력서들 열정 하나로 통했던 시대는 갔다 모래 수렁을 떠도는 비문의 유령들, 오늘은 이 회사에서 내일은 저 회사에서 같은 얼굴을 만나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모래바람은 깊은 수렁을 덮기도 하고 만들어내기도 한다 빠져나오려는 안간힘은 처음 몇 번의 좌절이면 족했다 움직일수록 흘러내리는 모래의 깊이는 늪처럼 빠져들고, 바닥처럼 측량되지 않는다 입구가 사라지는가 하면 출구가 봉합되기도 한다 수렁이 무덤이 되는 것은 한순간, 어제도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왔다 가수와 진수가 구별되지 않는 교묘함에도 구덩이를 채운 숫자는 갈수록 넘쳐난다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 쌓여가는 빈 소주병이 발굴된 유물의 전부가 될 것이다 전화 한 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