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빗방울/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 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 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 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 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 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