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온 고양이/ 한영미 이빨과 발톱 세우고 울고 싶을 땐 언제든 울 수 있는 길냥이가 되고 싶어요 울 수 없는 시간이 낭만인가요 안락을 위해 몸을 둥글게 말아 가장 보드라운 털을 내어 주어야 하는 일과 희롱하는 손끝에도 냐아옹! 그대 기쁘게 하는 콧소리, 그때마다 털이 바짝 일어서요 손끝을 와락 물어뜯고 싶어져요 좋은 옷, 머리에 달아준 분홍 꽃리본 날마다 입김 불어 건넨 사랑한다는 말, 연애를 위해 시를 쓸까요 시를 위해 연애를 할까요 너는 나라는 말의 함정에 한 번쯤 빠져본 기억 있다면 누구든 알 수 있어요 이제 그만 소설적 진실*을 밝히고 싶어요 밤거리를 걸어요 온 털끝 세우고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고 걸어요 상대가 놀라도록 두 눈 크게 떠요 어두울수록 빛나는 광채 집 나온 고양이에게 더 이상 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