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씨에게 인사/ 김희준 아무나씨는 절박한 순간에 다정해지곤 했다 바닥에 붙어 걷는 내 오랜 습관과 상처 많은 무릎을 혼내는 일 누르는 만큼 들어가는 모래는 완만한 표정을 가져서 중력의 무게만큼 들어간다 그러면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척 하고 아는 사람을 모르는 척하는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금방 친해질텐데 손에 손을 잡고 나를 떠나갈 텐데 아무나씨의 도드라진 등뼈를 만지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마음은 목도리를 벗게하고 우리는 함께 겨울 바다에 갇혀야 할 명분을 얻기도 했다 가져본 적 없는 손가락이 환상통을 앓는 밤이면 마디가 아파온다 밤 하늘엔 도드라진 행성의 등뼈가 떠 있고 우린 밤하늘을 거대한 동물의 등뼈라 부르며 동물의 이름을 헤아린다 고대의 인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