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의 장례식/ 김충규 너를 내 속의 무덤에 묻겠다고 쓴 네 편지를 받고 당혹스러웠다. 편지를 읽기 전까지 나 도 너를 내 속의 무덤에 묻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편지를 찢으며 봉분을 다졌다. 나를 지 켜보고 선 살구나무가 풋 살구를 톡톡 떨궜다. 풋 살구를 한 입 깨물었다. 한 때 너는 나의 나 무에 열려 있던 붉은 살구였다, 지금은 서로 장례식을 치르지만. 먼 하늘가에서 몰려 온 먹 구름이 제 몸을 잘게 찢었다. 우우우-, 미친 늑대처럼 빗줄기가 울부짖었다. 내 몸은 빗줄 기에 후줄근히 젖어 들었다. 내 속의 무덤은 빗소리에 흠뻑 젖었다. 한순간 내 속이 자궁으 로 변했다. 망할 것, 나는 너를 낳고 싶었다. 유리창과 바람과 사람 유리창에서 바람이 미끌어진다 먼 곳에서 우리집 쪽으로 하염없이 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