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는 또 피어서/ 김은령 저것 봐라 화냥화냥 색을 흘리며 슬쩍 담 타넘는 품새라니 눌러 죽인 전생의 내 본색이 살아서 예까지 또 왔다 능소凌宵 능소凌宵, 아무리 우겨보아도 결국 담장 아래로 헛헛이 지고 말 운명이면서 다시 염천을 겁탈하는 꽃 눈멀어 낭자히 통곡하는 누대의 습생 - 시집『잠시 위탁했다』 (문예미학사, 2018) 김선우는 에서 “이글거리는 밀랍 같은, 끓는 용암 같은, 염천을 능멸하며 붉은 웃음 퍼올려 몸 풀고 꽃술 달고 쟁쟁한 열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능소야 능소야”라면서 붉디붉은 징을 떠올린다. 정끝별은 에서 “오뉴월 불 든 사랑을 저리 천연스레 완성하고 있다니!”라고 경탄했다. 문성해의 는 “우툴두툴한 늑골이 어느새 고사목이 되어도 해마다 여름이면 발갛게 볼우물을 패는 꽃이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