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안에 잠들다/길상호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 낼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 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