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고영민 비둘기가 울 때마다 비둘기가 생겨난다 비둘기는 아주 오래된 동네 텅 빈 동네 학교를 빠져나와 공중화장실에서 긴 복대를 풀어놓고 숨죽인 채 쌍둥이 사내애를 낳고 있는 여고생 빈 유모차를 밀며 공중화장실 옆을 지나가는 할머니 머리 위 비둘기는 비둘기를 참을 수 없다 밀려 오는 요의(尿意)처럼 누군가는 비둘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비둘기가 비둘기에게 물을 붓는다 비둘기는 꺼질 리가 없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비둘기가 연신 비둘기를 뱉어낸다 봉지쌀 벚나무 밑에 꽃잎이 하얗게 쏟아져 있다 봉지쌀을 사 오던 아이가 나무 밑에 그만 쌀을 쏟은 것만 같다 아이가 주저앉아 글썽글썽 쌀을 줍는 것만 같다 집에는 하루 종일 누워만 지내는 병든 엄마가 있을 것만 같다 어린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수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