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네잎 사구 사구 / 김네잎 모래는 밀려나고 나서야 파랑波浪을 볼 수 있어요 해안선은 당신의 어깨를 통과한 후 선명해지고 긴 머리카 락이 비린 해초러럼 자꾸 부풀려나가요 파라솔 아래 앉아 해무가 섬들을 산란하는 걸 지켜봤어요 먼 곳을 끌어당기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건지 섬들은 왜 무인도의.. 시로 여는 일상 2019.04.21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시로 여는 일상 2019.04.19
길상호 이야기의 끝 이야기의 끝/길상호 나무는 늘 배가 고팠다 불타버린 속, 나이테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고부터 가지가 가 닿은 건 모두 빈속에 쑤셔넣었다 어느날은 그네를 타던 아이들 발목을 베어 먹고서 울음과 웃음 사이를 오가며 종일 흔들렸다 발목이 사라진 걸 모르고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그때.. 시로 여는 일상 201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