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뒷굽 허형만

생게사부르 2018. 6. 11. 00:37

뒷굽/ 허형만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었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 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 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가는
그 이유가 그지 없이 궁금했다

 

 

*       *       *

 

 

6.10일 ' 민주 항쟁 기념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달력에 적힌 기념일 만으로도 역사공부가 되는데...

 

'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걸음걸이 습관이 달라 닳아진 구두 뒷굽 가는데도

' 좌빨이니 우빨이니' 신경 썼어야 할 시인의 속내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의 일을 우리끼리 해결할 수 없는 ...작은 나라라는게

원래 분단이 될 때도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지만요.

이렇든 저렇든 북한이 '장막'에서 걸어 나오기로 이왕 맘 먹은 것, 좋은 결과를 가져와 우리나라서 더 이상

빨 우빨로 패가르지 았음 좋겠네요. 

 

' 인간 개인개인이 일정 수준 도덕성을 갖추고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을 지니고 실천하면서 살면

무정부라도 괜찮을 것 같았던 젊은 시절

대책없는 자유주의자에 어떤 면에선 아나키스트?였기에 ' 집단이나 조직에 속해 그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건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런 성향을 가진 내가 별정직이라곤 하나' 공무원'이 되었으니...

(일반인들이 법계열의 판,검사 같은 직업처럼 교사를 특별히 별정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없습니다. 대학 나오면 대충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

 

조상님들 고향이 남쪽이고 특별히 사회주의 운동을 할 정도의 지식인 조상도 없었습니다.

부농도 아니었고 그만저만 농사 짓고 살던 집이었는데 6남매 중 특별히 백부님과 친정 아버지께서 공부욕심이 좀

있으셨던 듯 합니다. 백부님은 집안의 장남이라 땅뙈기를 일부 팔아서라도 공부 뒷바라지가 된 셈이지만 아버지는

맏형인 백부께서 데리고 있으면서 공부를 시키신 셈인데...

만족할만큼 공부를 못 마쳐서 늘 학업에 아쉬움과 갈증을 지녀셨던 것 같습니다.

 

어떻든 극히 민주주의적인 사고방식과 합리적인 행동양식의 교사라고 생각해서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다른

사람 보기에' 빨갱이 교사' 였는지 모르겠습니다. ' 좌빨요'

 

개인적으로는 개성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또 집단, 특히 성장기 학생들을 교육집단이어서

모든 조건을 철저하게 평등하고 공정한 교육지도에 치중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 뒷받침하는 집안 배경이 어떻든... 철저하게 학생 본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따른 책임, 자기 이익이나 편리를 위해 다른학생에게 피해 주는 일 등에 대해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고 조직에 속해서 규율 같은 걸 따라야 한다든가 하는 거 천성적으로 잘 못 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대안이 없고 나아가야 할 교육의 방향이 그러했기에 1989년 ' 전교조 조합원' 이 되었습니다.

전교조 관련해서 기사나 댓글 등 간접적으로 ' 빨갱이' 니 ' 좌빨' 이니 욕을 먹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 

얘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1989년 여중서 3학년 담임할 때 입시가 끝난 2월, 막 수업이 끝 났는데 급한 볼 일이있던지 교감샘이 직접

학급에 올라 왔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성계 위화도 회군에 대해 학생이 쓴 시를 소개했는데 칠판에 적혀 있는걸 얼핏 보셨는지

아니면 온 촉을 세우고 관찰 내지는 감시를 하셨는지 

중에 교무실로 부르더니... 아주 큰 일 이라는 듯... 학부형 한테 항의 전화가 왔다고 했습니다. 

 

요점은 ' 아직도 그런 빨갱이 교사가 교단에 서느냐' 는 거였지요?

 

전후 사정을 볼 때 좀 미심 쩍었습니다. 그 날 그 시를 처음 소개했는데 아직 아이들이 하교하지 않았기에

제 짐작으로 교감이 넘겨짚기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항의한 학부모가 어느 반이냐 만 물었는데

' 그건 알 것 없고...'

' 그러면 저도 받아 들일 수 없습니다. 실명을 밝혀도 그렇지 교사 학습권 침해인데...

어느반 학부모인지도 못 밝히면 아닌 말로 교감샘이 학부모 핑게 대시는 지 알 수가 없잖습니까?'

 

아무 말씀 못 하시고.... 그렇게 마무리 되어 넘어 갔습니다.

신원조회 다 하고 교사로 임용됐는데 " 빨갱이라니 ..."

그러나 일부 전교조 교사들 중에는 소송이 걸려 고초를 겪은 분들이 다수 있습니다.

 

칠판에 적혀 있던 시는 어느 고등학생이 썼던 역사시 였습는데

내용은 '성계가 위화도회군으로 당시 친원파이던 최영을 몰아내고 정치 군사권을 장악하고 경제권을 장악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 관련 된 시였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주도세력 입장에서는 피 흘리지 않고 성씨만 바뀐 ' 역성혁명'으로 정당화하지만 ' 군사쿠데타 ' 라는

주제의 시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런 소재가 나오면 ' 왕정' ' 군주정' ' 공화정' 같은 걸 구분 하고

' 성공하면 혁명이요, 실패하면 쿠데타' 라는 왜곡된 개념에 대한 토의를 통해 ' 혁명'과 ' 쿠데타' 의 차이가 뭔지

어렴풋이라도 게 됩니다. 아직 중학생이니까요.

 

전교조 결성 후 지역마다 교육관료들과 교사들이 ' 교육 민주화'  과정에서 서로 대립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김옥길 문교부(교육부 장관)이 중고등학생 교복자율화를 시행했던 시기였음에도 그 지역에서는 교장들이

담합해서 업자들과 결탁하고 아이들 교복주문을 반 강제하고 있었습니다.

 

' 교장 월례회' 에서 통영은 관광지이니 술집이나 다방 아가씨들과 구분하기 위해 교복을 입혀야 한다는 그들의

대화가 알려져 교장들이 무지 욕을 먹기도 했지요.

14 - 16세 여중생을 대상으로 그런 비유를 했다고

 

교사들이 타협안으로 그러면 희망하는 학생만  맞추기로 하자고 결정이 되었는데 관리자들이 강제를 하는 겁니다.

어느반은 왜 희망자가 적으냐? 학급 담임교사를 불러 추궁하고...

(그 당시 교복값이 만만찮았기 때문에 교복 맞추는 게 부담이 되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결국 일이 터져서 학교장과 전교조 교사간 충돌이 일어 나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교사들은 수업하랴 업무보랴 그 바쁜 와중에 빈 시간이면 한명씩 교장실로 불려 내려갔는데...

지역에서 행사께나 한다는 학부모들(육성회 등)을 동원해서 교사들을 닥달을 했습니다.

 

당연하게 저도 불려 내려갔는데 제가 만난 학부모 한 분

' 교복 그거 몇 푼 한다고 그걸 못 사 입어요?

 

' 어머님은 자녀만 생각하면 되지만 저희는 학급 학생 모두 입장을 살펴야 해서 그렇습니다.

 형편 어려운 애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

 

'우리나라가 빨갱이 나라도 아니고, 그런 책임감 없는 무능력한 학부모 어쩌고 저쩌고.... '

빨갱이 나라가 아니라 교복도 형편따라 자유롭게 입을 수도 있지

 

지금은 운영위원회로 바뀌었습니다만...그 당시 학교에 드나들면서 치마바람깨나 일으키던 분들 어쩌면 하

나 같이 담임교사 편(?)  아니고 학교장 편이든지... 

 

 

일단 북미회담의 결과가 좋으면 좋겠습니다.

 

선거가 다음 주네요.

남북이 자기들 정권유지 하자고 국민들을 더 이상 볼모로 잡거나 희생시키지 않기를,

해서 ' 좌빨, 우빨' 이 아니라 정책 노선과 공약 그 실천으로 국민을 잘 살게 해 주는 정치인 풍토가

자리 잡기를... 저 부터 정치인들 ' 불신' 합니다. '냉소'하기도 하고요

'혐오' 까지 가기 전에...우리도 존경하는 정치인들이 넘쳐나는 국가가 되면 좋겠지요.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주의자의 꿈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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