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씨/ 조우연 너무 우울한 컵 씨는 귀가 자꾸 늘어난다 아무 울적한 일이 없어도 컵 씨의 한쪽 귀는 자꾸 당겨진다 누가 차 한잔 할래요 하면서 컵 씨의 명랑을 의심하면 컵 씨는 왼쪽귀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못생기고 과장스 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컵 씨는 고개를 숙여 안녕하세요 하고 밑바닥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컵씨의 진짜 바닥은 밑 하고도 바깥쪽이라 컵 씨 반대편에 서만 컵 씨의 감정을 볼 수 있다 그릇 된 컵 씨는 그릇된 감정들을 녹차 커피 꽃차 등으로 발효시킬수 있다 누가 내 두 귀를 잡고 기울이면 애써 가라 앉힌 내부의 침전 들이 쏟아질까 몹시 불안하다 낯뜨거운 일이 생기면 컵 씨는 귀를 만지는 버릇이 있다 듣는 일은 냉정을 요하는 일이므로 귀는 늘 차갑다 귀가 무능해 지거나 기가, 귀가 막히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