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장미 한다발 꽃집 주인이 포장을 했을 때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았더니 폭소는 더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장미의 이름을 부르며 장미는 몸을 뒤틀며 웃어댔다. 장미 가시가 번쩍거리며 내게 날아와 박혔다. 나는 가시들을 훔쳤다. 나는 가시들로 빛났다. 화병에 꽂힌 수십, 수백장의 꽃잎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흉내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장미가 끼고 있는 침묵의 틀니를 보았다.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1965년 서울 출생. 1994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외 4편의 시로 작품활동 시작 송욱 장미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받고 서슬이 푸러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