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 성윤석 나는 창문 숭배자였다. 자취방이 철거되자, 작은 창문을 들고 나올 정도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 얻은 집 창고에 넣어 두었던 그 작은 창문을 어느 날 뒷산으로 가 묻었다. 해마다 쑥이 돋는 자리였다. 목성의 기호는 ® 쑥은 목성의 정기를 주머니에 넣고 아주 센 향을 얻는다고 들었지만 다시 겨울이 가면 새로 솟을 쑥은 지난해 늙어 죽은 쑥과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해마다 모두 내가 묻은 창을 닫고 나올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창문은 다시 땅 속에서 조금씩 열릴 거라고. 창에 비친 어둠의 깊이를 달고 나올 쑥들. 나오며 박수를 치고 나오지 않았을까. 지구를 지배하러 나오지 않았을까. - 2016.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