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언니/김희준 유채가 필 준비를 마쳤나봐 4월의 바람은 청록이었어 손 가락으로 땅에 글씨를 썼던가 계절의 뼈를 그리는 중이라 했지 옷 소매는 죽어버린 절기로 가득했고 빈 틈으로 무엇을 키우는지 알 수 없었어 주머니에 넣은 꽃잎을 모른 체했던 건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박음질이 풀릴 때 알았지 실로 제봉된 마음이었다는 걸 의 사는 누워있으라 했지만 애초에 봄은 흐린 날로 머무는 때 가 많았지 벚꽃과 유채가 엉킨 들판에 어린 엄마와 어린 언 니가 있어 놀이기구가 안개 속에 숨어 있었던 거야 숨바꼭 질을 좋아하던 언니가 이불과 옥상과 돌담 그리고 유채꽃과 산새와 먹구름 속으로 달려가는 한 때 비가 내리고, 물의 결대로 살 수 없다면 늙지 않은 그 곳으로 가자 소매 안에 훔쳤던 벚나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