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 버려진 운동화 한 짝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흰 스프레이 자국 곁에 버려진 피 묻은 운동화 한 짝 청년이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튕겨질 때 어둠속 떠돌이 개 외에는 본 이가 없다고 한다 가로수는 놀라 물든 잎을 거의 다 떨어뜨렸다 가좌동 안길에 사고 뒷소문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이리저리 구르던 운동화는 중앙분리대 화단 철쭉 곁에 얹혀져 철쭉이 지키고 있지만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다 운동선수였다는 청년은 이제 운동화가 필요 없을 것 같다 스프레이 자국이 섬뜩한데 주검을 타고 넘어 쌩쌩 달리는 차들 무심하게 밟고 가는 사람들 요절주의 고속도로 터널 입구 ' 요절주의' 표지판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빠르게 가는 길이 삐끗하면 천국으로 내닿기에 도로공사 직원들은 연민이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