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열 하루/ 김혜순 네가 이미 죽은 사람이란 걸 깨닫는 방법은 이와 같다 유리창에 대고 입김을 불어본다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탄생이란 항상 추락이고 죽음이란 항상 비상이라 하니 절벽에서 몸을 날려본다 매일 이어지는 지면紙面을 향한 추락인가? 비상인가? 한 쪽 발로 선 나비가 다른 쪽 발엔 빨간 잉크를 찍어 종이에 편지를 써 본다 엄마: 설마 너 태어나자 마자 웃는 거야? 너: 아니 웃을 수 있는가 보는 거야! 추락이 시작되면 비명의 비상도 시작한다 심연의 가장자리가 무한히 떠 오른다 하늘에서 푸른 물방울 하나 지펴질 때마다 네 날개가 물위에서 퍼지는 파문처럼 일시에 지펴지고 너는 이제 너에게서 해방인가! 네 발에는 곧 발자국이 없다 네 목소리에는 곧 소리가 없다 네 기쁨에는 곧 호흡이 없다 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