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2. 눈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잃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 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