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밤 / 길상호 골목 귀퉁이 볼록거울에서 눈깔도 없는 고양이가 줄지어 태어난다 유리가 박힌 담장위 줄장미는 검게 탄 입술을 뜯다 피를 본다 죽은 별들의 무덤을 파헤쳐 놓고 빛나는 눈물을 연습하는 밤 핏줄 구석구석 병든 고양이가 울고 손금 사이사이 썩은 장미가 피어난다 벽장 속 가장 컴컴한 그림자를 꺼내 나는 서둘러 얼굴 표정을 덮는다 지옥에 먼저 보내 놓은 내가 오늘은 더 아프게 몸을 뒤척인다 마네킹 나나 비가 막 그친 새벽이에요. 오늘은 쭈그려 앉아 낙엽을 토 하던 플라타너스도 없어요. 대신 유리에 맺힌 빗방울들이 가로등 불빛으로 반짝, 반짝, 눈을 깜빡이네요. 빗물로 만들 어진 눈동자가 하는 말을 사람들은 들어본 적 없을거예요. 그 비릿한 맛의 눈빛을 읽을 수 없을 거예요. 나는 뻑뻑한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