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도종환 담쟁이
생게사부르
2015. 12. 7. 00:28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받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 오른 는 것 아니겠느냐
도종환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도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사진: 김해 박물관 담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