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양희 어제

생게사부르 2016. 8. 11. 07:56

천양희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
보다



창비시선 400 기념시선집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

 

 

   

    사진출처: 여고동창 민애 일본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