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싱싱한 죽음/ 김희준

생게사부르 2020. 10. 25. 10:12

싱싱한 죽음/ 김희준

 

 

 

편의점에는 가공된 죽음이 진열 돼 있다

그러므로 꼬리뼈가 간지럽다면 인체신비전 같은 상품을 사야한다

자유를 감금당한 참치든 통으로 박제된

과육이든

 

인스턴트를 먹고 유통기한이 가까운 상상을 한다 여자를 빌려와

글을 쓰고 사상을 팔아 내일을 외상한

다 통조림에는 뇌 없는 참치가 헤엄쳤으나

 

자유는 뼈가 없다

 

냉장고를 여니 각기 다른 배경이 담겨 있다 골목과 심해 다른 말로 배수구,

그리고 과수원 세번 째 칸에

는 누군가 쓰다버린 단어가 절단된 감정으로 엎어져 있다 빌어먹을 허물

 

싱싱하게 죽어 있는 편의점에는 이름만 바꿔 찍어내는 상품이 가지런하고

 

형편 없는 문장을 구매했다 영수증에는 문단의 역사가 얼마의

값으로 찍혀 있다

 

 

     

 

                                       < 시와 문화> 가을호.  시와 문화사, 2018

 

 

 

 

 

*      *      *

 

 

오늘 대한민국 ,  한 분의 인생이 막을 내린 소식으로 뉴스 기사가 바쁘네요.

 

우리 세대 대한민국 남성들이 제일 부러워 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아닐지

해외에 나가니 대한민국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가 ' 삼성' 이던데

 

78세 ... 쓰러져서 이미 6년 전부터 정상적인 신체 활동이나 의사소통은 힘들다고

전해 졌지만요

 

대한민국 기업인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분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 저렇게 돈 많은 사람도 결국은 죽네. 그 많은 돈 다 못 써보고.....' 하는 생각이 들지

' 원도 한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지...

 

죽음 앞에서는 금력도 권력도 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물 일곱,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을 마감한 김희준 시인

요절 시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어요.

 

유고 시집 한권,

추모사업을 준비하고 있던데... 시인을 떠올리면 매번 안타깝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