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장석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생게사부르 2017. 6. 16. 06:37

장석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첫 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 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 사랑의 시절로 돌아 갈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 사랑의 시절로 돌아 갈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 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         *         *

 

 

첫 사랑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끝까지 가보고

성경책도 끝까지 잃어버고

햇빛 속에 벌거 벗고 서 있어보고

더 자주 미소 짓고,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

 

지금 아는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코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 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질텐데

 

풀리지 않는 모든 인간관계,

잘 풀리지 않는 모든 일들,

첫사랑 때의 심정이 된다면

 

좀 불화가 줄어들고 갈등이 해소될텐데

남북이 좀더 쉽게 화해할텐데

 

첫사랑이라지 않는가